샤먼의 전설
게 아요르잔은 1990년대 몽골 ‘신문학운동’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작가이다. 그는 신문기자로서 탄탄한 커리어를 쌓았으나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부터는 창작에 몰두하기 위해 전업작가로 변신했다. 처음에는 시인으로 문학의 길을 시작했으나 현재는 소설에 주력하고 있는데 그의 작품 세계는 동양과 서양 문학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탄탄한 창작 이론 및 배경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풍성한 서사의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러시아 유학의 영향으로 20대 시절에는 러시아 문학적 조류를 반영하는 데 관심이 많았으나 점차 몽골의 설화와 전통문화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주체의 내면과 영성 등이 함의된 작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샤먼의 전설』은 게 아요르잔이 현재까지 자신이 내놓은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고 자부하는 장편소설이다. 이 소설은 러시아 바이칼 호수의 올혼 섬에 모여 사는 알타이족 집단 속의 샤먼(박수 무당)들, 특히 무당 지망생인 젊은 텡기스와 늙은 하그대 샤먼의 우정과 성장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로서, 러시아와 중국, 몽골 간에 벌어진 근현대사의 비극이 씨실과 날실처럼 촘촘히 엮어들어간다. 올혼 섬의 중심부에 위치한 거대한 바위 즉, 수천년을 내려온 천신 신앙의 메카인 보르항 바위와 그 주변에 얽힌 ‘샤먼의 전설’이 일종의 구술문학처럼 늙은 샤먼에서 다시 젊은 샤먼에게로 전승되고 실현되는 과정을 게 아요르잔은 운문의 리듬감을 살린 문장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면서도 현대적 장편 서사의 구조 속에 담아 훌륭히 형상화해냈다. 2010년 몽골에서 출간된 즉시 독자와 문단 양쪽에서 커다란 호평을 받았으며 이듬해 이 작품으로 게 아요르잔은 몽골 작가협회에서 수여하는 〈황금 깃〉상과 〈고 마랄〉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