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재기발랄한 문장과 풍요로운 입담, 경쾌하고 해학적인 위트를 자랑하는 우리 시대의 이야기꾼 성석제의 신작 산문집. 이번엔 글쓰기의 방식을 달리 풀어내 폭소와 기지가 담긴 '성석제표 이야기 박물지'를 독자에게 선보인다.
현재에서부터 과거에 이르기까지 동서양 고금을 넘나드는 역사적인 사건·사례에 관한 진기한 기록들과 알 듯 모를 듯한 다양한 이야기·지식·상식·과학·문화·예술의 세계를 유쾌한 입담을 곁들여 풀어낸다. 작가는 특유의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이들 이야기 속에 세상 이치와 진실, 삶의 모순과 오류, 나아가 자연과 문명과 인간과 인간다움에 관한 설득력 있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야기 박물지'라는 이 책의 부제가 암시하고 있듯 재미와 상식, 웃음과 통찰, 진지함과 흥미로움이 곁들여진 박물지, 앎을 좇는 숭모의 기록이자 다양한 지식과의 만남에 관한 유익하고 흥미로운 지식의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책의 전체 꾸밈은 4부로 나뉜다. 첫째 단락은 우리 삶의 비밀과 그것에의 문학적인 성찰을 담은 염결성 짙은 이야기들의 장, 둘째 단락은 우리의 상식 체계와 그 오류들과 관련된 논리·궁리의 장, 셋째 단락은 다양한 먹거리들을 되짚어 관찰한 맛과 음식의 장, 마지막 단락은 우리가 잘못 알고 있거나 그릇되게 사용하고 있는 언어 체계와 문자들에 관한 성찰의 장이다.
저자소개
1960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났으며, 연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1986년에 『문학사상』에 시 '유리닦는 사람'을, 1995년 『문학동네』여름호에 단편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소설가로서의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평론가 우찬제는 그를 거짓과 참, 상상과 실제, 농담과 진담, 과거와 현재 사이의 경계선을 미묘하게 넘나드는 개성적인 이야기꾼이며, 현실의 온갖 고통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을 올바로 성찰하면서도 그것을 웃으며 즐길 줄 아는 작가라 평했다. 또한 평론가 문혜원은 “성석제는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농담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막힘없이 풀어놓으며 "마치 무협지의 고수들처럼" 과거와 현재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입담을 펼친다.”라고 전한다. 이런 평론가들의 말처럼 성석제는 미묘한 경계선을 거닐면서 재미난 입담으로 이야기를 펼치는 작가이다.
그의 대표작『소풍』은 흥겨운 입담과 날렵한 필치가 빛나는 산문집이다. 저자는 음식을 만들고 먹고 나누고 기억하는 행위가 곧 일상을 떠나 마음의 고삐를 풀어놓고 한가로운 순간을 음미하는 소풍과 같다고 말한다. 음식은 “추억의 예술이며 오감이 총동원되는 총체예술”이며, “필연코 한 개인의 본질적인 조건에까지 뿌리가 닿아 있다”는 지론은 곧 우리 세대가 잃어버린 사람살이의 다양한 세목을 되살려온 성석제 소설세계와 상통한다. 십수년간 각종 매체에 연재하며 갖가지 음식 속에서 ‘이야기’를 이끌어낸 작업이 ‘음식의 맛, 사람의 맛, 세상의 맛’을 함께 음미하게 한다.
단편집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는 모든 면에서 평균치에 못 미치는 농부 황만근의 일생을 묘비명의 형식을 삽입해 서술한 표제작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를 포함하여, 한 친목계 모임에서 우연히 벌어진 조직폭력배들과의 한판 싸움을 그린 「쾌활냇가의 명랑한 곗날」, 돈많은 과부와 결혼해 잘살아보려던 한 입주과외 대학생이 차례로 유복한 집안의 여성들을 만나 겪는 일을 그린 「욕탕의 여인들」, 세상의 경계선상을 떠도는 괴이한 인물들의 모습을 담은 「책」, 「천애윤락」,「천하제일 남가이」등 2년여 동안 발표한 일곱 편의 중 · 단편을 한 권으로 엮었다. 이번 작품집도 예외없이 세상의 통념과 질서를 향해 작가 특유의 유쾌한 펀치를 날리는데, 비극과 희극, 해학과 풍자 사이를 종횡무진한다.
『어머님이 들려주시던 노래』는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이후 성석제가 3년간 발표한 단편들을 모았다. 혼기에 이른 맏딸을 염려하는 어머니의 이야기와 딸이 어머니에게 읽어드리는 옛이야기를 교차 시키며 유려하게 텍스트를 직조해낸 표제작을 비롯, 제49회 현대문학상 수상작인 '내 고운 벗님' 등 총9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기성의 통념과 가치를 뒤집는 화려한 수사와 “웃음의 모든 차원을 자유자재로 열어놓는 말의 부림”으로 우리 주변에 있음직한 각양각색 인물들의 삶을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다. 소설의 표면에 드러나는 유쾌한 재미와 해학, 풍자 밑에는 세상을 보는 날카로운 통찰이 번뜩이기도 하고 그리움이나 인간을 향한 건강하고 따뜻한 시선이 은근히 깔려 있다.
이외의 소설집으로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새가 되었네』『재미나는 인생』『아빠 아빠 오, 불쌍한 우리 아빠』『호랑이를 봤다』『홀림』『지금 행복해』 등과 장편소설 『왕을 찾아서』『궁전의 새』『순정』 등이 있으며, 명문장들을 가려 뽑아 묶은 『성석제가 찾은 맛있는 문장들』이 있다.
1997년 단편 「유랑」으로 제30회 한국일보문학상을, 2000년 「홀림」으로 제13회 동서문학상을 수상했고, 2001년 단편「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로 제2회 이효석문학상, 같은 작품으로 2002년 제33회 동인문학상을 받았으며, 2004년 「내 고운 벗님」으로 제49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목차
1부 이야기의 힘
길 위에서 잠들다
경양식집에서 생긴 일
부모 노릇
엄한 아버지
무서운 사람
가까운 거리
어떤 시계의 전설
생존의 기술
불행 중 다행
관우와 장수마
신분
완벽하고 신속한 일관 서비스
간단하고 기막힌 장사
토하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양파에 관한, 생각의 비늘 몇 가지
잘 생긴 의사가 있는 치과
만병통치약
‘그랬다 카더라’의 힘
정확한 용어
며느리도 모른다
신묘한 계산기
세계 최고의 이빨꾼
전화를 걸었으면
토끼와 거북
2부 관점에 따라 다르다
기준이 다르다
관점에 따라 다르다
대어를 잡았는가
남과 여, 말과 글로 겨루다
사람과 송아지의 관계
벌도 임차료를 낸다
효도와 아부
기본이 천 년
보리수에는 보리가 열리지 않는다
밥과 꽃
나무 할아버지의 장가
지팡이였던 나무
원가
장원과 꼴찌
한다고 한다면 한다
두부가 최고의 음식
최고의 연가
물러남의 거장
인간에 대한 평가
모차르트가 살았다면
결혼행진곡
그 사람이 먹는 것이 그 사람을 만든다
솥 적다 아니 크다
텃세와 망신
우리는 전사들이다
운동 중독
나도 한 번은 일등을 했다
네가 최고다
인사하는 법
3부 오후의 국수 한 그릇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비빔밥
고락의 맛
가을산의 호랑이 울음
수양산 바라보며
무위를 공부하다
꿈틀
곰삭은, 깔끔한 기품의 맛
대한민국에서 김치 안 되는 게 어디 있니?
끓이고 끓이고 끓이고 나누고 나누고 나눈다
애색하구나, 아기돼지
오후의 국수 한 그릇
밥이 김칫국을 만났을 때
솔깃한 제안
서해용왕이 동해부인을 만났을 때
목구멍까지 들어온 향긋한 손
쌀 한 섬
마라톤과 커피
오늘의 명상
소풍의 과일술
암행어사 출두요!
맛있는 말
무공해 배추 농사
달밤에 배 타고
네 머리가 둘로 보여!
막걸리 화약으로 쏘는 대폿집 대포
큰 술잔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맛
여름 음식의 호걸
진짜 알짜 곱빼기
좋은 재료가 뛰어난 맛을 낸다
4부 문자의 예술
도무송은 소나무가 아니었다
내 이름을 돌려다오
산 산 산 뫼 뫼 뫼
왜 우리만 가지고 그러는데?
바다에 가서 우유를 찾으십니까
현대판 묵형
얘, 너 우리집 집사 애 아니니?
종로에서 성삼재까지
왜놈 왜국 왜소증
궁둥이 엉덩이 방둥이
아니, 그렇게 깊은 뜻이?
오늘도 해는 떠오른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친구처럼 말해봐
척사대회? 윷놀이?
강, 장강, 양자강
대를 이은 점포의 이름
그리운 내 사랑아 지금은 어디
복 많은 군인
웃기는 짜장
순간에 대한 윤리
오늘의 수수께끼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
세상에 나와서 한 첫 마디 말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