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댄스 - 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의 보르코시건 시리즈 09
휴고상 ․ 로커스상 수상작 『미러 댄스』
—스토리의 재미와 주제의식의 깊이가 절정에 이른 시리즈 최고의 작품
30세기 우주의 생명 복제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는 『미러 댄스』는 스토리의 재미와 주제의식의 깊이가 최고조에 이르러 ‘마일즈 보르코시건 시리즈’ 중 중독성이 가장 강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미러 댄스』의 비장의 카드는 마일즈의 복제인간인 마크다. 마일즈 가문에 대한 복수심으로 코마르인이 만들어낸 마크는 가혹한 훈련과 학대를 통해 분노만 남은 살인 무기로 키워진 인물이다. 앞서 출간된 『전장의 형제들』에서 마크는 자신의 고통이 마일즈 때문에 비롯된 것이라고 여기며 마일즈를 증오하지만 자신을 복제인간이 아니라 동생으로 여기는 마일즈의 태도로 마음이 흔들려 코마르인의 복수 계획을 무산시킨다. 이번 이야기는 마크가 정체성에 대한 극심한 혼란 속에서 자신이 누구이고 어떤 존재로 살아가야 하는지 확인해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 과정은 절묘하게도 마일즈가 사라진 마일즈의 자리에서 마일즈의 역할을 대신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한 마크의 첫 번째 선택은 자신과 같은 복제인간들을 구하는 것이었다. 바라푸트라 가문에서 만들어지는 복제인간들은 스무 살이 되면 체세포 주인과 뇌를 바꾸는 수술을 통해 주인의 젊음을 되찾아주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었고, 마크는 이들에게 자유를 주기 위해 마일즈로 위장해 용병대를 데리고 복제인간 보육원에 침투한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마일즈는 마크를 쫓아 그곳에 갔다가 총에 맞아 숨이 멎고, 냉동 시신마저 어디론가 사라져버린다. 자신 때문에 마일즈가 그렇게 되었다는 죄책감으로 어떻게든 마일즈를 찾기로 한 마크는 그 과정에서 마일즈의 부모를 비롯하여 친척 형 이반, 절친한 용병대 동료들, 바라야 제국의 황제 등 마일즈와 중요한 관계에 있는 모든 이들을 만난다. 마일즈를 향한 그들의 신뢰와 애정에 질투를 느끼며 마크는 더더욱 위축되지만 마일즈의 어머니 코델리아의 모성적 사랑과 지지, 마크의 어두운 과거와 진심을 알고 마음의 문을 여는 용병대 동료들을 통해 굳어 있던 마음이 점차 풀어진다. 마일즈를 찾기 위해 발군의 추리력과 판단력을 발휘함으로써 숨은 재능을 발견하기도 하며, 무엇보다 의심과 분노와 살인의 본능만이 가득했던 가슴에서 마일즈를 향한 형제애와 어머니를 향한 믿음이 서서히 피어난다.
복제인간을 인간으로 보는 이들과 도구로 쓰는 집단의 첨예한 대립 구조 속에서, 마크는 마일즈가 되고 마일즈는 마크가 되며, 마크는 절체절명의 상황 속에서 네 명의 인격으로 분열되기도 하고, 마크와 마일즈는 다시 마일즈가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 네이스미스 제독이 되기도 한다. ‘영 마일즈’ 시기를 통과하며 좀 더 노련해지고 강인해진 ‘어덜트 마일즈’는 사회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안정기에 접어드는가 싶더니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큰 사건인 ‘죽음’을 겪고, 이야기는 엎치락뒤치락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끝까지 예측이 불가능한 결론을 향해 쉼 없이 치달아간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한 인간이 자기 자신이 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온전히 던져야 가능한 일이라는 기묘하면서도 묵직한 울림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