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리랜드 1
시간과 공간, 성별을 뒤집는 이야기 구조,
근대성과 폭력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은 이야기
평범한 삶에 넌더리를 내던 열두 살 소녀 셉템버에게 어느 날 초록 바람이 찾아와 함께 모험을 떠나자고 제안한다. 셉템버는 전쟁터로 떠난 아버지, 군수 공장에서 비행기 엔진을 만드는 어머니-‘리벳공 로지’를 대표하는 인물-를 대신해 홀로 집에 남아 찻잔을 씻는 중이었다. 셉템버는 따분한 삶에서 벗어나 신나는 모험을 하겠다는 기대를 품은 채 페어리랜드로 향한다. 그러나 페어리랜드는 현실 세계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요정들의 날개를 사슬에 묶어 날지 못하게 만들고 각종 금지법들로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며 강물 색깔마저 획일화한 페어리랜드는, 인간 세계의 현실이 거울처럼 반영된 세계로, 특히 독재 정치나 미국의 관료주의를 은유한다. 신나는 모험을 하고 싶다는 단순한 열망만 지닌 채 페어리랜드로 출발한 셉템버는 이제, 우리에 갇힌 바다 요정과 채찍질당하는 자전거들, 페리선을 끄는 노예들, 변방으로 물러난 이들의 불행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그들에게 자유를 찾아주겠다는 분명한 목적의식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페어리랜드는 원래 다양하고 기괴한 종족들이 독특한 제도 속에서 공존하는 곳이었다. ‘폴리가미’를 이루며 살아가는 세 마법사, 반쪽뿐인 몸을 다른 이와 접속해 자아를 무궁무진하게 확장해가는 나스나스족, 실체에서 떨어져 나와 자신의 권력을 획득하는 그림자 등 이상하게 생기고 비딱한 이들이 떠들썩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며 어우러진 곳이었다. 이들 모두가 자유롭고 평화로웠던 과거의 페어리랜드를, 과연 열두 살 소녀 셉템버가 되찾을 수 있을까?